우리는 과연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우리는 과연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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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지루한 장마가 끝나면서 휴가가 피크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엔저현상으로 늘어나던 일본관광이 갑자기 줄어들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이 또다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마 후 무더위에 국내도 초비상이다.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겨 자칫하면 블랙홀에 빠질 수 있다. 올 여름 들어 정부는 냉방온도 기준을 높이는 등 전력수급 대책을 세워 시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무더위를 감수하며 살아야 하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단언컨대 한국전력 원자력 비리가 그 원인이다. 수백만KW의 예비전력을 둔 채 여유 자적할 수 있는 능력이지만 원전부품에 둘러싼 비리로 원전발전소의 가동중단이 이어지고 있어 수급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원전비리는 점입가경이다.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포라인의 인사가 구속되고 권력의 핵심인사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설비업체로부터 80억 원을 받기로 하고 그중 10억 원을 받아 나눠 가진 혐의이다. 원전이라는 기업의 특수성을 악용, 그들끼리의 검은 커넥션이 형성되었고 지난 10년간 숱한 시험성적서를 조작, 잇속을 차렸다. 국내 23개의 원전 중 13개의 원전발전소에 시험성적을 조작한 부품이 공급됐고 속속 가동이 중단돼 발전중단 사태를 빚고 있다. 뒷갈망 못할 걸태질에 우리의 원전은 병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언론은 이 같은 비리를 두고 마피아에 비견되는 악랄한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원전비리를 두고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싼 대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다름 아닌 일본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원전사고일 것이다. 지금도 원전에서 유출되는 오염된 물이 매일 400t씩 바다에 흘러들고 방사능 수치가 줄어들지 않는 재앙을 말한다. 16만여 명이 한꺼번에 피난을 가야 했고 관광객이 발길을 꺼리고 그곳 인근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의 유통이 금지되는 재앙을 말한다.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자회사인 한수원, 한국전력기술의 합작품인 이들의 비리는 원전핵심 부품을 담보로 안전을 팔아 검증업무를 눈감아 자신들만의 배를 불렸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리가 결국은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엄청난 후유증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체르노빌은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덮었지만 지금도 온갖 부작용이 노정되고 있고 후쿠시마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사고를 우리나라에도 경고하고 있음을 우리는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

최근 그린피스는 원전안전사고 대비소홀을 우리정부에 경고하고 나섰다. 수명이 지난 고리원전의 재가동은 직접피해 반경 30km내에만 해도 343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며 가동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후쿠시마의 교훈’을 내세우며 ‘방사능 방제계획 2013, 한국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게 메시지 제목이다. 그린피스는 한국의 원전방제거리는 8~10km에 불과해 미국 80km, 헝가리 300km, 독일 25km에 훨씬 못미치며 방호약품과 방제교육, 대피시설에서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은 히로시마에 원자탄이 투하된 날이다. 원폭피해는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상공 580m에서 폭발한 위력으로 최대 수십 만명이 숨졌다. 이중 20%는 피폭으로, 30%는 화상으로, 나머지 50%는 피폭 후 질병과 부상으로 숨졌다고 한다. 방사능에 의한 후유증이 무서운 것임을 말하고 있다..

우리의 원자력에 대한 그린피스와 뉴욕타임스의 경고를 결코 소홀히 해선 안된다. 그러나 지금 온 나라는 NLL과 국정원 국정조사에 매몰되어 정작 올인해야 할 원전문제는 관심 밖이다, 언론에서도 별로 비중 있게 다루지 않고 있다. 안전불감증이 극에 달한 느낌이다. 마피아에 비견되고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되고 있어도 정쟁에 매몰되어 갈피를 못잡고 있다.

온 국민이 전력수급 비상으로 찜통더위를 감수하며 예년에 볼 수 없는 지루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도 민생은 실종된지 오래다. 원전비리를 명쾌하게 정리하고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마련이 그 무엇보다 급하다. 비싼 대가를 치르기 전에.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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