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 (23)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 (23)
  • 경남일보
  • 승인 2015.11.0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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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김지원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 (23)

"천하에 최강 양지도 꾸어다 놓은 보리자루 같은 곳이 있었네. 미안해. 최 실장에 대한 내 마음 알잖아. 부담 갖지 말고 한 벌 골라 봐"

"제가 어떻게 부담을 안 갖겠어요"

"우리 회사 실장 데리고 올 거라고 말해 놨으니까 평소대로 해. 그 성미 잘 알면서 바로 말할 수는 없잖아. 걱정 마, 물주는 나니까"

"저한테는 이게 제일 편해요. 사장님도 잘 아신다면서 왜 그러세요"

"왜 이러냐. 최 실장. 너 뿐 아니고 어제 미스 김도 아무 말 않고 좋다고 입고 갔어"

"미스 김도?"

"얘 너무 꼿꼿하게 그러지 마. 내 친구가 개업을 해서 그래. 친구들한테 우리 사업 도와준 보답도 해야지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그렇게 부담스러우면 옷값은 다음 달 봉급에서 제할 테니까 염려말고, 됐지?"

미스 김과 비교 당하고 있었다. 그런 혼란스러움을 삭히고 있는데 바르고 붙이고 어지간히 멋을 부린 인조미인 하나가 다가왔다.

"오, 왔어?"

"봐, 내가 언제는 약속 안 지켰어? 여기는 우리 실장, 인사해. 알지? 내 친구 오 여사"

나이를 십 년은 까먹은 듯 한 사장 친구의 조형미를 훑어보며 감안했으나 사장의 말대로 선뜻 기억해 낼 인물이 떠오르지 않았다.

"몰라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그게 언제라고. 벌써 산천이 바뀌었을 세월인데"

아, 그렇다 송미양장. 그때서야 기억의 저 편에서 튀어나오는 상호 하나를 발견해 냈다. ‘미’자가 깨어져서 점등되지 않던 네온이며 비닐천이 너덜거리던 지붕 위에 자갈밭을 연상시키게 올려져 있던 돌멩이들, 너저분하기 이를 데 없는 변두리 동네의, 맞춤보다 수선감이 더 많던 양장점. 일 밖에 모를 듯 깡마르고 날카로운 인상. 저런 인상의 여자여서 과부가 된 것은 아닐까. 당치도 않는 관상학과 인물평을 펼치게 하던 여자. 그러나 이태리식 장식이 많은 그녀의 전용 의상실 분위기는 한껏 우아하게 그녀를 가꾸어 놓고 있다.

"그래 서방님은 아직도 홍콩이야?"

"몰라 홍콩인지 땅콩인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겠지 뭐"

"얘도. 그런 봉 없으니까 누가 채가기 전에 간수 잘해라"

"그렇게만 하래라, 쌔고 쌨는 게 남자다. 어머나, 아가씨 듣는데 별소릴 다했네. 그래 어떤 걸로?"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노출을 꺼려하며 양지에게로 오 사장은 관심을 돌렸지만 강 사장은 기어코 한마디를 더 던진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세상 떠난 너희 남편이 마누라 고생 안 시킬려고 중매는 잘 섰지 뭐니. 죽은 남편이 잘 봐주지 않으면 어디서 그런 갑부를 만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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