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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98)

기사승인 2017.10.12  16: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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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98)

강변을 끼고 있는 지형 때문에 한 여름 우기에는 걸핏하면 물바다가 되었지만 비옥한 땅이었다.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흙에 묻혀 살며 농투성이들은 열심히 농사를 지어 돈을 샀다. 일개미처럼 부지런한 부모님 덕분에 고생 없이 자란 자식들은 사업을 벌여도 통 크게 시작했다. 그 결과 부모 세대와 달라진 자녀들의 생활 규모는 밑 없는 독에 물 길어 붓는 것 같은 사례로 부모들의 농토를 야금야금 잘라먹었다. 혹 남아있는 토지 보상금으로 졸부가 된 가족들이 만드는 비극적인 파탄의 풍속도도 시끌벅적 말이 많다. 돈은 절대 들뜬 사람을 진정으로 돕지 않는다.

차에서 내린 호남이 가리킨 곳은 지천이 유입되는 어우름으로 아직은 미루나무가 줄 늘어선 땅이었다. 나지막한 야산도 편입된 곳이어서 꽤 넓은 평수인데도 아늑하고 정다운 감이 먼저 양지를 안아 들였다.

“언니야, 저기 저 쪽으로 우리 셋이 살 집을 지으모 좋겠쟤?”

호남이 소유한 땅은 거기 말고도 몇 군데 더 있었다. 고종오빠의 자문을 받아 그가 찍어준 곳마다 말뚝을 막았다. 소지한 땅문서를 이용해서 자금 회전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융통할 수 있었다. 늘 당당한 호남이었지만 오늘따라 더욱 멋있고 힘 있는 능력자로 보인다.

“언제는 언니보기 싫다더니, 세 사람이 같이 살 집을 짓는다고? 역시 우리는 친자매 언니 동생이다 그렇지? 참 고맙다.”

“앗 실수. 그 말썽쟁이는 빼고.”

“그러자. 그 말썽쟁이는 빼자. 집터는 복샘이 퐁퐁 솟아나는 곳을 택하고.”

“아부지한테 부탁해 볼까? 잘 아는 지관은 없는지.”

“아부지한테는 미리 말하지 말자.”

“그래 입택하는 날 짜자안- 해서 놀래키면 면목없고 무시당해서 기분 나쁘고 무안하고 미안하고…. 그런 복잡한 심사를 어떻게 나타낼지, 벌써부터 입맛 땡기는데.”

대화의 중심에다 아버지를 희화해 세웠다가 그들은 킥킥 웃고 말았다. 양지는 그보다 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얼른 꺼내고 싶었지만 호남이 제 땅 여러 곳을 손짓해 보이며 들떠 있는 관계로 눈치를 보며 때를 기다렸다. 그러나 어쨌든 낭중지추였다. 징검다리 포석도 미리 놓아 둘 필요가 있다.

양지는 간절하고 정중한 표정이 드러난 의도적인 기색으로 호남이와 마주섰다.

“엄마가 도와주는 거라는 네 표현이 참 고맙게 들리더라. 그래서 하는 말인데, 호남아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협조해 줄래?”

내포하고 있을 내용의 상상 때문인지 들떠있던 호남의 태도가 아연 정자세로 변했다.

“언니야, 갑자기 와 이라노?”

긴장을 누른 투박한 음성으로 호남이 재촉했다.

“너하고 나하고 몇 살이나 됐노?”

경남일보 gnnews@gnnews.co.kr

<저작권자 © 경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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