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人터뷰]김해 한국밸브(주) 이정용 대표
[경제人터뷰]김해 한국밸브(주) 이정용 대표
  • 박준언
  • 승인 2017.11.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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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물로 전세계에 기술 인정받은 밸브 장인
▲ 한국밸브(주) 이정용 대표

지난 2007년 단일 규모 세계 최대사업인 쿠웨이트 사비야(Sabiya) 담수플랜트(물 공장 시설) 프로젝트를 두산중공업이 성공하면서 우리나라 기술력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바닷물을 끌어올려 쿠웨이트시 북쪽 100㎞지점 하루 6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물로 만드는 이 사업은 세계인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에서 생산한 핵심부품이 들어갔다. 생산된 물이 지나가는 관로를 여닫는 ‘게이트 밸브(gate valve)’. 총 무게 33톤(t), 지름 1.6m인 이 밸브는 김해시 주촌면 골든루트산업단지에 본사를 둔 (주)한국밸브(대표 이정용)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주)한국밸브가 두산으로 납품한 이 제품은 세계 최대 게이트 밸브로 기록돼 있다.

◇밸브 장인의 열정=(주)한국밸브가 사비야 프로젝트 같은 큰 사업에 성공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정용 대표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다. 이 대표는 밸브 연구와 생산에 종사한지 올해로 52년째인 자타가 인정하는 밸브 장인(匠人)이다. 1960대 그는 국영기업인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해 선박 건조와 수리를 하며 밸브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국내에는 고품질 밸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이 대표는 자신의 20년 경력을 바탕으로 1985년 ‘해강정밀’을 창업해 국내 밸브 생산의 길로 들어섰다. 직원 12명으로 시작한 이 대표는 3년 만에 생산 제품인 정유 플랜트용 주강밸브 KS규격 획득에 이어 상호도 ‘한국밸브’로 개명했다.

1990년 스테인리스 밸브 생산에도 도전한 이 대표는 마침내 1994년 미국석유협회가 검증하는 API 규격을 획득해 전 세계적으로 기술을 인정받았다.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주)한국밸브는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9002·9001·14001 인정을 모두 받아 신뢰성까지 확보했다. 이 대표는 기술력이 곧 경쟁력이라는 신념으로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새로운 밸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000만불 수출탑을 획득한 그는 게이트밸브(gate valve), 글로브밸브(globe valve), 체크밸브(check valve) 등을 생산하며 (주)한국밸브를 매년 15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하는 김해 대표 중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벼랑끝에서 다시 도전하다=이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끊임없는 노력과 용기,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연하고 평범한 말 같지만 이 대표 말속에는 자신이 기업을 운영하며 겪은 고충이 그대로 녹아있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다. 지금의 (주)한국밸브를 반석(盤石)위에 올려놓기까지 34년 세월은 목숨을 내건 전쟁터와 같은 치열한 시간이었다.

“창업은 큰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같다. 원하든 원지 않던 큰 파도와 풍랑을 만나게 된다. 작은 파도는 견딜 수 있지만 큰 파도는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우된다. 안타깝게도 큰 파도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온다’는 것도 꼭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자신이 온몸으로 겪어 낸 큰 파도 경험담을 전했다.

“부도 위기 등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상황에 다다르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적이 있다. 넥타이를 묶은 소나무 가지가 부러지는 바람에 살 수 있었다. 그때 문득 ‘다시한번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아픈 사연까지 들추며 이 대표가 창업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역시 ‘노력’과 ‘인내심’이었다. “요즘 매체를 통해 단시간에 성공한 기업 사례가 자주 보도 되는데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쉽게 성공하는 경우는 없다. ‘작지만 강한 기업’을 지향하며 묵묵히 정도를 걷다보면 목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야=그는 “경제가 발전하려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과거보다 오히려 지금의 기업 환경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기업 규제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원재료 가격과 임금은 동반 상승하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우선 기업이 살아야, 고용이 늘어나고, 나라 경제가 산다”. 이 대표는 소비와 투자가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 출발점은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민주사회에서 경영주가 자유롭게 경영을 못하면 국가경제 발전은 힘들다. 기업들이 사회에 기여한 공로(功勞)도 인정해 줬으면 조금은 더 힘이 날 것 같다”는 바람도 전했다.

세 차례 창업 실패, 여덟 차례 파산, ‘실패전문가’로 낙인됐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다시일어 설 수 있었던 것은 소신껏 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 중국의 기업환경 덕분이었다.

국내외 경제가 어려운 지금 상황을 이 대표는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몇 년전에 비해 수출이 둔화되는 등 경기가 힘든 것이 맞다. 그렇지만 ‘동면에 든 개구리가 봄을 준비하듯’ 기업 내실을 다지며 다가올 기회를 대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박준언기자

 
김해 주촌면 골든루터산업단지 내에 소재한 한국밸브(주) 전경. 사진제공-한국밸브(주)
김해 한국밸브(주)가 쿠웨이트 사비야(Sabiya) 담수플랜트 프로젝트에 납품한 세계 최대 크기의 게이트 밸브. 무게만 33톤(t)에 달한다. 사진제공-한국밸브(주)

한국밸브(주) 이정용 대표.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기업을 운영하며 받은 상들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밸브(주) 공장 내부. 다양한 밸브와 부속들이 잘 정돈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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