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드론의 본질과 속성
김태화(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산학협력처장 공학박사)
[객원칼럼] 드론의 본질과 속성
김태화(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산학협력처장 공학박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11.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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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좀 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멀티콥터 형태의 무인비행체’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직접 조종하는 비행체가 하늘을 날아서 3차원 공간을 자유자재로 비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이는 비행체 제어에 필요한 기본 요소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같은 진보적인 통신기술에 힘입어 비행체 조작성능이 상당히 발전되어졌고 저렴하고 성능이 뛰어난 디지털 카메라 소자들이 결합되어 생생한 영상 정보 전달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인 비행체 혹은 무인 항공기가 아니라 왜 ‘드론(Drone)’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일까?

지난 2000년대 중반, 미국에 있는 과학자들은 초고속 디지털 광학기술과 최신 로봇기술을 바탕으로 꿀벌의 비행 원리를 밝혀낸 적이 있다. 칼텍 공대의 더글러스 앨트슐러 연구진에 따르면 벌들의 비행 동작을 고속카메라로 여러 시간 동안 연속촬영하고 동작의 강도를 측정하기 위한 센서를 로봇 벌들에게 부착하여 비행동작을 모방하도록 하는 일련의 실험을 수행한 결과, 벌의 날개 움직임은 초당 약 230회 이루어진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지금까지 곤충은 몸집이 작을수록 공기역학적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보상하기 위해 잦은 날갯짓을 수행할 것이라는 추론이 학자들의 지배적 의견이었지만 실험을 통해 증명한 것은 이 실험이 처음이었다. 이처럼 엄청나게 빠른 날갯짓으로 인해 벌의 날개 주위에서는 주변 공기가 서로 부딪치며 발생하는 공력 소음이 발생하게 된다. 윙윙 또는 붕붕 거리는 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영어권에서는 이 소리를 ‘humming sound’라고 하는데 옥스퍼드 사전에 의하면, 드론(drone)이란 고대영어 관점에서 「‘male bee’, from a West Germanic verb meaning ‘resound, boom’」 즉, 수벌(Male Bee)을 뜻하며 현대 영어에서는 명사로 「A continuous low humming sound」, 동사로는 「Make a continuous low humming sound」 즉, 연속해서 윙윙거리는 소리 또는 그런 소리를 만들어 내는 주체 및 행위임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공기역학적 관점에서 발생하는 ‘공력 소음’이 원인이 되어 ‘드론(drone)’이라는 단어와 개념이 만들어진 것은 분명한 듯하다.

이렇듯 드론은 이제 우리 실생활에 조금씩 가까운 존재가 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대학에서 드론 관련 학과를 만든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논리와 ICT융복합 관련 신산업이라는 취지다. 과연 그럴까? 여기서 우리는 드론이 지닌 본질과 속성을 살펴봐야할 필요가 있다. 드론은 무인 비행체인 동시에 다양한 학문이 녹아있는 플랫폼이다. 하지만 항공법상의 저촉을 받지 않는 소형 사이즈의 드론일 경우 서두에서 언급한대로 비행체 제어에 필요한 기본 요소와 스마트폰과 같은 진보적인 통신기술 그리고 다양한 반도체 응용 제품과 소자들이 결합되어 나타난 결과물에 불과하다. 다양한 공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융합기술의 결과물로 나타나는 형태가 드론이기 때문에 기초 소양을 갖춘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히 설계된 한 학기 정도의 분량으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다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하다. 드론 매출 1위기업인 중국 DJI사는 홍콩과기대 출신 전자공학도 프랭크 왕이 창업한 회사이다. 잘 알려진 바와 마찬가지로 DJI사의 주력 상품은 드론이지만 내부적으로 분석해보면 창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매출의 대부분이 비행제어와 관련된 FCU, 추력 발생에 사용되는 BLDC Motor 등 전자회로와 관련 부품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DJI사의 모토 ‘激極盡志 求眞品誠(열정을 가지고 최고를 추구하여 좋은 제품을 만든다.)’에서 알 수 있듯이 드론이라는 플랫폼에 학과라는 새로운 틀을 만들기보다는 지금까지 유지해온 기존 학과를 중심으로 분명하고 새로운 타깃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드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면 어떨까. 왜냐하면 소형 드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는 글로벌호크나 프레데터와 같이 체계적 시스템과 항공공학적 접근이 필요한 대형 무인기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실생활 속에서 활발하게 운용되는 디바이스의 관점에서 접근해야하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김태화(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산학협력처장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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