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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85> 전북 전주 이야기

기사승인 2018.01.28  15: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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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
한울밥상.


혼불의 작가 최명희는 전주를 “세월이 가도 결코 버릴 수 없는 꿈의 꽃심을 지닌 땅”이라고, 꽃심을 전주의 도시적 상징으로 삼았다. 꽃심은 언제나 새로움과의 만남이라는 진보 중심적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성계가 조선왕조를 출발시킨 힘은 바로 이런 꽃심이 그 정체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근대문화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판소리도 이곳 전주를 중심으로 발전하였고, 이런 연유로 판소리 사설을 인쇄할 수 있는 목판본이 전주에서 만들어졌으며, 그를 통해 전통한지의 명맥을 이어온 곳이 전주이다.

매서운 한파로 온 세상을 꽁꽁 얼어붙게 만드는 날, 삶의 여유와 풍류를 찾고 새로운 멋과 맛을 음미하기 위해 천년고도 전주를 찾았다. 여행에서 음식을 뺄 수 없는 이유는 먹는 즐거움이 없다면 여행의 즐거움은 찾기 어렵기 때문인데, 음식관광의 대표도시답게 전주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 수두룩하다. 전주비빔밥을 비롯하여 애주가들의 속풀이를 책임지는 콩나물국밥, 눈으로 보아도 때깔이 곱고 맛깔스러운 전주한정식, 전주 사람들의 생활상이 담긴 전주백반 등은 전라도 음식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시내투어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면 주차하기가 불편하여, 서울 부산 대구 창원 진주 순천 등에서 모인 친구들과 밝은 날 먼저 호텔 체크인을 해놓고 전주한옥마을을 가로질러 한울밥상으로 간다. 어둠이 밀려오는 경기전 돌담골목을 지나 그간의 얘기로 추위를 녹이며 식당에 들어서니 푸짐하게 차려진 상이 우리를 기다린다. 흰밥에 국과 찌개, 떡갈비, 제육볶음, 게장, 고등어자반 등 다양한 찬을 곁들인 소박한 한정식으로 전주사람들이 과거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를 보여주는 느낌이다. 사대문을 중심으로 전주 토박이들이 즐겨 먹었던 전통음식에 유명한 모주까지 곁들이며 깊은 맛을 나누고 야경투어에 나섰다.



 
한옥마을야경


저녁식사 후는 조금은 포근해진 밤공기를 맞으며, 전주국악방송 전주전통술박물관 여명카메라박물관 전주한옥마을전주명품관 등 전주한옥마을 주변을 걷다가, 카페에 들어가서 추위를 녹이며 맛있는 생과일주스를 마시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꽃을 피웠다. 밤이 더 깊어지기 전에 전주를 상징하는 풍남문을 거쳐 남부야시장을 둘러본 후, 세월 탓인지 예전보다는 이른 시간에 숙소에 들어 진주에서 준비해온 신선하고 당도 높은 딸기로 입맛을 돋우고, 행복한 꿈나라 여행으로 내일을 기약했다.

객지에서 모처럼 단잠이다. 서둘러 24시간 사랑받는 전주 콩나물국밥을 먹기 위해 남부시장으로 간다.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온갖 물건들로 가득한 시장거리 걸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를 보고 침 흘리는 벗이 있으니, 두부 몇 모까지 준비하여 현대옥으로 들어서 국밥이 나오기 전 그냥 두부부터 먹으며 꿀맛이란다. 전국의 콩나물국밥 중 전주콩나물국밥을 으뜸으로 치는데, 뚝배기에 밥과 콩나물을 넣고 갖은 양념을 곁들여 펄펄 끓여 내는 여기 콩나물국밥이 최고다.



 
콩나물국밥
전주비빔밥


이제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도심의 생태하천인 전주천을 따라 걷는다. 전주의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흐르는 전주천은 유역면적 31.53㎢, 길이 30km의 지방 1급 하천인데, 징검다리를 건너보고 그네도 뛰어보며 갈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도 했다. 찬공기를 가르는 산책으로 싸전다리 남천교 오목교를 차례로 지나 전주한벽문화관에서 잠시 쉬었다가, 조선 태조 이성계와 정몽주, 초록바위에 얽힌 김개남 장군의 이야기 등이 소살소살 들려오는 한벽당에 올라 시인 묵객들의 풍류를 느껴본 후, 우리 전통문화의 근간이 되는 무형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계승하기 위해 설립된 국립무형유산원을 지나 전주자연생태박물관을 둘러보고, 자만벽화마을을 찾아 벽화들 속의 찻집에서 건강차로 잠시 추위를 녹였다.

자만벽화마을을 나와 이목대를 지나 구름다리를 건너 올라가면 오목대가 나온다. 이성계가 남원 운봉 황산에서 왜구를 물리치고, 승전고를 울리며 개경으로 돌아갈 때 이곳에서 연회를 베풀며 한나라를 창업한 유방이 불렀다는 대풍가를 읊자, 그의 야심을 눈치 챈 종사관 정몽주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홀로 말을 달려 남고산성 만경대에 올라 비분강개한 마음을 시로 읊어 현재 만경대에는 그 시가 새겨져 있단다. 오목대에서 한눈에 내려다보는 전주한옥마을은 너무 아름답다.

오목대를 내려와 다시 전주한옥마을을 가로질러,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과 권상연이 1791년 신해박해 때 처형당한 자리에 순교지를 보존하려는 신앙의 요람으로 건립된 전동성당을 둘러본 후, 한국집을 찾아 조선 3대 음식 중 가장 으뜸이고 대한민국 대표음식으로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주비빔밥을 맛있게 비벼먹으며, 외세의 노략질에 시달리면서도 굳건히 우리 것을 지켜온 선조들의 굳은 의지를 되새기고 작별의 인사를 나누며 전주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전주한벽문화관.
전주자연생태관.
풍남문.
남부시장야시장.

경남일보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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