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수첩] 최은희
[별별수첩] 최은희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8.04.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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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한 시대를 풍미했던…’으로 시작하는 글이 있다. 한 시절을 압도했던 인물이나, 문화, 유행, 업적에 대한 헌사의 머릿말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배우’ 최은희가 16일 세상을 떠났다. 1926년 생인 최은희는 1942년 연극 ‘청춘극장’으로 시작해, 1947년 영화 ‘새로운 맹서’로 스크린 데뷔했다. 최은희는 데뷔 직후부터 스타로 떠올라 김지미, 엄앵란과 1950~1960년대 트로이카로 자리잡았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 ‘성춘향’(1961), ‘상록수’(1961), ‘빨간 마후라’(1964) 등 1960년대 대표작품에서 히로인으로 크래딧 상단을 차지했다.

‘세기의 커플’로 불렸던 영화감독 신상옥과의 두번째 결혼(1954), 신 감독과 이혼(1976) 후 영화광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홍콩에서 북한 공작원에 납치 된 일(1978), 북한에서 만든 영화 ‘소금’으로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일(1985), 북에서 머문지 8년만에 영화제 참석을 이유로 빠져나와 오스트리아 빈의 미국 대사관을 통해 탈북에 성공한 일(1986) 등은 영화배우 최은희가 겪어온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이었다. 최은희는 김정일이 2011년 사망 했을 때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세상을 떠났으니 참 안됐다고 생각한다”고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같은 해 납북 된 신 감독과 최은희는 북에서 ‘신필름영화촬영소’를 세우고 17편의 영화를 제작하며 전성기를 다시 한번 누렸다. 두 사람은 헝가리 방문 길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재결합 했다. 탈북 후 10년간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했던 두 사람은 1999년이 되어서야 한국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의 북한 납치와 탈출은 다큐멘터리 영화 ‘연인과 독재자’(영국·로버트 캐넌, 로스 애덤)로도 남겨졌다. 둘의 인연은 2006년 신 감독의 죽음으로 끝이 났다.

최은희는 3편의 연출작을 남긴 여성 영화감독으로도 활약했다. 감독과 주연을 겸한 ‘민며느리’(1965)는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지금에야 여권의 목소리가 높다만 1972년 그 시절 이장호 감독의 결혼식에서 ‘대한민국 최초 여성 주례’를 맡았던 일은 지금도 화제거리로 회자된다. 최은희는 ‘최은희 라는 영화’의 엔딩 OST를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로 정해 두었다고 한다. 그처럼 영화같은 삶을 살고 간 천상 배우 최은희의 마지막 OST는 역설과 아쉬움을 담은 그의 작별인사인가보다.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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