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에 풍경 두 잔인 곳, 화개
차 한 잔에 풍경 두 잔인 곳, 화개
  • 경남일보
  • 승인 2018.04.1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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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균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는 가운데 그들은 시골의 한적한 곳에 카페를 열었다. 네비게이션도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는 접근성 최하위의 장소였다.

“거 참, 이런 곳에다 카페를 한다니, 저 친구는 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살림집 마당에 가게를 짓는데 구경을 갔더니, 일흔을 넘긴 목수께서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면서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귀농 7년차인 젊은 그들은 카페를 열기 위하여 오래 준비를 하였고, 손님이 적어도 지치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목공을 배우고, 버섯을 키우는, 세심한 성정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개동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밭 가운데 하나가 앞산에 자리 잡고 있으니, 차 한 잔에 풍경 두 잔을 얹어 팔아도 되는 곳이다. 카페 ‘젊은 느티나무’는 그렇게 해서 문을 열었다. ‘장사가 될까?’ 의구심을 가지고 바라보던 사람들에게 통쾌한 1루타를 날렸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들은 2루타, 3루타를 치고 있다. 한 번 방문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모시고 다시 찾아오는 일이 잦은 걸 보면. 지난주에 양산에서 일본식 철판 요리집을 하는 40대 초반의 부부가 왔다. 남편은 일본 사람이고 아내는 우리나라 사람이다. 땅값이 싼 고흥을 후보지로 정하고 귀농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했다.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주 3일 정도만 장사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순간 욕심이 생겼다. 직접 농사지은 각종 농산물로 튀김 코스 요리 집을 하면 어떻겠냐는 내 제안에, 남편이 “오, 덴뿌라. 내가 젤 자신 있게 하는 요리입니다” 라고 말하며 관심을 가졌다. 직접 가꾼 농산물. 일본 남자. 튀김 코스 요리. 전파력 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 그날 밤 12시가 넘도록 나는 화개 자랑을 했다.

벚꽃 철에만 반짝 붐비는 시골 관광지에서, 사철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화개’라는 명품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을 곳곳에 유치하는 길 밖에 없다. 천 년의 역사를 가진 화개의 차와 차밭은 다른 지역이 가질 수 없는 ‘경쟁 우위’의 인프라다. 이 좋은 자연 경관을 그대로 살려, 그 곳에 ‘줄기 큰 이야기’만 잘 배치한다면, 강릉의 커피 거리와도 견줄 수 있다고 본다.

강릉이 제공해 줄 수 없는, 차별화 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면, ‘감성 소비’에 지갑을 열 준비가 된 사람들은 화개를 찾지 않을까. ‘소셜’을 탑재한 스마트폰은 ‘목 좋은 점포’의 개념을 바꾸고 있는 중이니까.
 
공상균(농업인·이야기를 파는 점빵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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