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북미관계…한반도 다시 ‘격랑’ 우려
'풍전등화' 북미관계…한반도 다시 ‘격랑’ 우려
  • 연합뉴스
  • 승인 2018.05.2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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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처럼 합의됐던 북미정상회담이 허무하게 취소되면서 북미관계가 파국 위기에 휩싸였다. 더불어 ‘봄’을 맞이한 듯했던 한반도 정세도 다시 격랑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두 판을 깨기에는 너무 많은 길을 온 듯 했지만 시작이 파격적이었듯 파국도 마찬가지로 전격적이었다.

신뢰가 전혀없는 북미관계에서 전례가 없는 ‘톱다운’(Top down) 방식의 외교는 모든 ‘디테일’을 옆으로 치워둔 채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의 맞교환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듯 했지만 결국 그 디테일의 벽을 넘지 못한 양상이다.

일괄타결(트럼프) 대(對) 단계적·동시적 해법(김정은)의 갈등, 미국의 북한 핵무기 초기단계 반출 구상을 둘러싼 이견 등을 극복하지 못한 채 결국 북미관계는 원점으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더욱이 북한이 24일 미래 핵무기 고도화의 길을 스스로 차단하는 핵실험장 폐기 조치를 단행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 북미 양국이 도발과 제재 강화의 악순환 속에 서로 ‘핵 단추’를 거론해가며 긴장을 고조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북미정상회담 무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무겁기만 하다.

비핵화 조치의 대가로 얻기를 기대했던 체제안전 보장과 제재 해제 등이 물건너간 상황에서 북한은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등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선제적으로 약속한 것들을 취소하고 다시 핵무력 강화의 길로 복귀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핵실험장을 폐기한 마당에 추가 핵실험까진 물리적으로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 안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없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대북 압박 강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이 ICBM 추가 발사 등에 나설 경우 미국은 해상차단, 대북 유류 공급 완전 차단 등의 고강도 대북 제재를 추진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들을 겨냥한 세컨더리보이콧(2차 제재)도 본격 추진할 수도 있다.

대북 군사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미국 조야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앞두고 북핵 해결을 중대 호재로서 기대했던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북핵 상황 악화가 선거의 악재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인식에 따라 군사 옵션이라는 극약 처방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주한미국대사로 최근 지명된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의 행보에도 관심의 눈길이 쏠릴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의 ‘중재외교’ 속에 한반도 정세가 파국을 피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북미가 일정한 냉각기를 가진 뒤 외교장관 회담과 같은 한단계 낮은 급에서부터 다시 풀어나가는 모색을 하거나 중국이 자신들이 의장을 맡았던 북핵 6자회담 재개 등의 방식으로 상황 관리를 꾀할 수 있을 전망이다.

4∼5월 2차례 정상회담을 하며 관계 복원의 길로 나아간 북중관계는 한반도 정세에 중대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선제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핵·미사일 실험 중단까지 선언한 상황에서 미국이 회담을 취소한 만큼 중국은 책임을 미국 쪽에 돌리며 예전처럼 고강도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이는 결국 미·일, 북·중·러 양 진영간의 이른바 동북아 신(新) 냉전 구도의 강화로 연결되면서 북핵 해결을 위해 관련국들이 뜻을 같이하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려 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 있어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24일 “북미간에 사태 악화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통전부장 라인이 작동해 문제를 풀어가는, 좀 더 신중한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을 하지 않도록 하는 우리 정부의 설득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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