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당국의 '수문 개방' 딜레마
환경당국의 '수문 개방' 딜레마
  • 이은수
  • 승인 2018.08.1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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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환경단체 “상시개방” 요구에 농민 “피해 불보듯”
낙동강에 녹조 창궐로 식수오염 등을 우려하며 보개방 목소리가 높지만 키를 쥔 환경부가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펄펄 끓는 폭염에 녹색 알갱이가 피어오르는 등 낙동강이 녹조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도 보 수문을 열 경우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농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창녕 함안보는 최근 해당 구간에 남조류 세포 수가 12만여 cells/㎖로 작년보다 3배나 높은 수치를 보였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장마가 일찍 끝나고 강수량도 예년의 13%에 불과한데 연일 폭염이 이어지며 녹조가 예년보다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조류경보제 시행 뒤 재작년 녹조 발생 정도가 가장 심했는데 올해는 그때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환경단체는 하루빨리 낙동강 8개 보를 전면개방해 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 주장하고 있다. 여름철 녹조 현상에 갇힌 물을 흘려보냄으로써 수질개선을 도모 하겠다는 취지다. 낙동강네트워크는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한 보 수문 즉각 개방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환경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반면 농민들은 “전국적인 상황이 다르다”며 일률적인 보개방에 반대하고 있다. 낙동강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보를 개방하면서 피해를 봤는데, 앞으로 보 수위를 낮춰 상시 개방할 경우 농가 피해가 불보듯 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함안군 칠서면 농민 A씨는 “4대강 사업 이후 가뭄이 크게 들어도 이전과 달리 보의 수량이 풍부해 물걱정 한번 하지 않았으며, 홍수에도 비교적 배수가 잘 돼 들판이 물에 잠기지 않아 벼농사에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보를 열게 되면 다시 가뭄 걱정·홍수 걱정하던 이전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창녕함안보와 합천보 사이에 있는 청덕면 광암들 농민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농민들은 4대강 사업 후 달라진 환경에 맞춰 작물, 시설, 농법 등을 크게 바꾼 상황에서 지난해 하반기 보를 열면서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농민들은 합천창녕보 건설로 낙동강 수위가 올라가면서 지하수위도 함께 높아지자 수박농사(600여동)를 포기하고, 수막재배 기법을 도입해 수박보다 뿌리가 얕은 양파, 마늘 농사로 전환했다. 합천군 율지리, 의령군 성산리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수막 재배란 비닐하우스 안에 또 다른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그 위에 지하수를 끌어올려 수온 12~15도의 물을 뿌려서 겨울에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차단하고 실내온도를 유지해 보온하는 농법이다. 낙동강유역청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낙동강 2개 보의 영향 지역을 조사한 결과, 이곳에서 지하수를 뽑아 올리기 위해 설치한 관정은 671개에 이르렀다. 합천군 청덕면 농민 B씨는 “4대강 사업후 작물을 바꾸고 시설도 새로했는데, 또다시 보를 열어 강 수위를 낮추는 것은 농사를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특히 보개방 피해 농민에 대한 명확한 보상 기준도 없이 환경분쟁조정신청하라고 하지만 이렇게 해서 실질적인 보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환경부는 쉽게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강수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보를 상시 개방하게 되면 수량 대책에 구멍이 생길 수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 보 개방은 우리 기관에서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행법상 보 수문 개방으로 인해 농민들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이에 대한 배상 및 보상에 대한 기준을 정한 법은 아직 없으며, 정부에서 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안다”며 “모니터링을 통해 보개방시 농민들의 피해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진행중에 있으며, 보개방 피해 농민에 대한 대책 수립과 함께 연내에 보 수문 개방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안병옥 환경부 차관도 최근 창녕함안보를 방문, “10월 중으로 수문을 개방해 보 수위를 낮출 계획을 검토 중이며, 수막 재배농가에 대한 피해도 예상되는 만큼 계속 개방을 고집할 수 없다. 개방 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보 개방과 폐쇄를 둔 환경단체와 정부간 지루한 줄다리기가 올해도 되풀이되고 있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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