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의 탄생, 꺼지지 않는 향토의 횃불
세번의 탄생, 꺼지지 않는 향토의 횃불
  • 김지원·박현영 기자
  • 승인 2018.10.1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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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 이야기
 

1909년은 안중근 의사의 총성으로 기억되는 해다. 10월26일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총을 쏘기 17일 전인 10월15일 지역의 작은 도시 진주에서 경남일보는 첫 지면을 탄생시켰다. 일제의 수탈 앞에 나라는 위태롭고 백성은 고난한 삶에 움추려들던 시절, 누구는 적의 심장에 흉탄을 쏘고 또 누구는 민족의 마음에 계몽의 불씨를 지피던 시절이었다. 경남일보는 창간 주지에서 신지식 전파와 신사상을 독려하고 농·공·상업을 발달시키는데 있다고 밝혔다.

창간 1년 만에 150호 지령으로 정간을 당했다. 매천 황현의 글이 원인이었다. 창간 1주년 지면은 내지 못했지만 오히려 신문이 부재함으로 항일을 드러낸 모양이 됐다. 그렇게 경영난과 일제의 탄압 속에 위태위태 했던 경남일보는 1915년 887호를 끝으로 기어이 폐간 당하고 만다. 1915년이라고는 하지만 1월에 단 한차례 신문을 발행했을 뿐이다.

광복 다음해인 1946년 3월1일, 폐간 32년만에 경남일보는 중창간의 문을 연다. 3·1정신을 계승하고자 1일자로 중창간 했으나 경영난으로 며칠 후 속간 된다고 밝혔다. 아쉽게도 중창간호는 남아있지 않다. 지난 2003년에 가까스로 발견된 창간호의 사연을 생각하면 중창간호 역시 어느 집 다락에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창간호는 1호로 발행됐다. 1915년 폐간 때의 지령을 알지 못한 까닭이었다. 1970년 창간기념일에 실린 만평에는 회갑이라는 내용이 실려 1909년 창간부터 나이를 계산했다.

그렇게 다시 한번 태어난 경남일보는 지역의 대표언론으로 자리잡았지만 1980년 또 한번의 큰 시련이 닥쳐왔다. 신군부의 언론탄압에 밀려 결국 통폐합이라는 미명 아래 11월25일자로 폐간호를 남기고 문을 닫았다.

불사조 경일혼은 9년만에 부활했다. 마치 9342호로 폐간한 1980년 11월25일이 어제 인것처럼 1989년 11월26일자 9343호가 발행됐다. 당시 문공부의 횡포로 유사제호라는 제약에 걸려 제 이름으로 복간하지 못했던 본보는 지속적인 제호 복원활동을 벌여 2000년 1월1일자에 비로소 제 이름을 찾게 됐다.

창간호는 도민에게 전하는 붉은 약속

2003년 4월 하세응 종가에서 창간호가 발견됐다. 세기를 넘어서 발견된 경남일보의 첫 신문은 모든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줬다. 타블로이드판형의 4면짜리 창간호는 36행에 1행 13글자 국한문 혼용체로 쓰였다. 1면과 4면은 붉은 색 잉크로 2면과 3면은 검은색 잉크로 인쇄됐다. 아직 컬러지면이 만들어지지 않을 때였다. 향토의 횃불이 되겠다는 창간의 다짐을 붉은 색 지면에 실어 냈다.

추억의 이름 호외, 그 땐 그랬지

1952년 경남일보는 공무국을 습격당해 신문 발행을 못하게 되어 호외를 발행했다. 1961년 5월16일에는 군사 쿠데타 발발을 알리는 호외도 발행됐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도 호외가 발행됐다. 요즘 사람들에게 호외는 낯선 말이 되어버렸다. 발행일마다 차곡차곡 붙은 신문의 발행번호인 지령 외의 신문을 말한다. 요즘에야 휴대폰만 들여다 보아도 속보가 바로 전해지지만 신문과 티비, 라디오가 전부였던 시절 호외는 가장 따끈따끈한 소식통이었다. 1994년 7월9일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자, 경남일보는 호외를 발행해 이를 알렸다. 다음날 1면 하단에서 호외발행 소식을 전했다. 1961년 5월16일 군사 쿠데타가 발발하자 이 역시 호외를 발행해 지역민에게 즉시 알렸다. 다음날인 17일자 1면에는 전날 발행한 호외를 그대로 다시 실었다. 

지역민의 속사정 긁어주는 대변인

지역민과 가까운 소식을 전하는데 경남일보는 일생을 다해 왔다. 한국전쟁을 겪었고, 독재타도와 민주화 혁명을 함께 했다. 개천예술제의 탄생을 함께 했고 크고 작은 사건사고, 온정과 미담에 함께 화내고 웃고 울었다. 경남일보는 1970년 4월28일 처음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시민들의 의견을 물었다. 중앙 공설시장 불하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는 시민들의 의견을 속속들이 전해 올려 시장 형성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지난해 진주혁신도시 살림살이를 묻는 설문조사가 창간기념호에 실렸다.
사건사고의 현장도 빠질 수 없었다. 2002년 중국 민항기가 김해에서 추락했을 때 특별취재반은 현장을 지켰다. 올해 밀양 요양병원에서 대형화재가 발생 했을 때도 현장에는 경남일보가 함께 했다.

역사의 흐름 속에 함께 한 세월

1999년 창간기념호는 지령을 1256호 회복했다. 일제 총독부에 납부한 지령이 총 887호로 확인되고, 신문 제작상 실수로 중복된 지령을 바로잡아 13624호로 지령이 정정됐다. 수작업의 편집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지령 누락 사태는 요즘의 작업환경에서는 발생하기 어려운 일이 됐다. 경남일보는 2004년 4월16일자로 지령 1만5000호를 맞았다. 주 6일 신문을 발행하던 지난 세기를 생각하면 50년이면 이뤘을 지령 1만5000호 달성에 100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경남일보의 파란만장했던 역사가 그 속에 있다.

미래를 함께 써 갈 지역민의 동반자

2007년 대전~거제간 철도개설을 촉구하는 100만인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6월16일 함양서 시작된 서명운동은 10월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철도 개설의 염원은 아직 진행형이다. 서부경남KTX 조기착공을 염원하는 지역민의 목소리는 경남일보의 지면을 차지했다.

2008년 본보는 창간기념호에서 토공과 주공의 통합본사의 진주 이전을 다뤘다. 당시 여론조사는 “올 것이다 42%와 힘들다 31%”로 전주혁신도시와의 사이에서 민감한 사안이었다. 준혁신도시 논란 속에 그해 1월 기공식을 가진 진주혁신도시의 미래가 걸린 일이었다. 본보는 통합본사 이전문제와 준혁신도시 논란 등을 이듬해인 창간 100주년 특집호에서도 집중 보도했다.

2009년 10월15일자에서 본보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시급하다고 제시했다. 밀양과 가덕도로 시작한 문제는 김해로 다시 옮겨가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를 놓고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고민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아픔을 함께, 슬픔을 나누며 ‘함께 살기’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사회를 흔들었다. 2015년 메르스 파동, 2016년 AI 대유행이 휩쓸었다. 2017년은 우리나라 역사로는 큰 전기가 많았던 해다. 2016년부터 이어진 사회 분위기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고 그로 인한 ‘장미대선’으로 까지 숨가쁘게 이어졌다. 경남지역은 거제 출신의 두번째 대통령 탄생과 도지사의 공백을 맞이 하는 등 시대의 큰 파도와 함께 했다. 2018년의 지방선거는 유례없는 변화의 바람을 불러왔다. 미세먼지와 폭염, 환경의 위협도 거세다. 경제는 여전히 어렵다. 폭력과 불평등은 사회를 뒤틀고 있다.

내일의 다짐

어제와 오늘의 이슈는 다르고 세상의 관심사는 빠르게 변화한다. 남북이 만나고 정전이 아닌 종전을 이야기 하는 시절. 한편으로 경영난에 문닫는 소상공인,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쏟아지는 시절. 양성평등을 외치는 목소리는 이제 간신히 발언대를 잡았으나, 여전한 폭력과 폭언에 방치된 아이들의 세상…그래서 경남일보는 지난 109년의 다짐처럼 앞으로도 역사의 한 편을 기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김지원·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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