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국립공원 내 땅밀림지 그냥 두고 볼 것인가?
[경일포럼]국립공원 내 땅밀림지 그냥 두고 볼 것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24.05.0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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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환경운동을 하는 전문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경주와 포항지역에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데, 땅밀림이 지진에 영향을 받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그 말 중에 자기가 경주 국립공원 내에서 땅밀림지를 발견하고 너무 놀라 전문가에게 전화한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북한산국립공원과 주왕산국립공원 등 우리나라 국립공원 내에도 땅밀림이 발생한 지역도 있지만, 국립공원에서는 지금까지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에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터라 환경운동 사무총장의 발언에 일견 걱정과 동질적 생각을 표현했다.

문제는 국립공원의 설립목적은 ‘보전’이 아니라 ‘보존’이라는 것이다. 보전이라면 어느 정도의 인위적인 접근 방식을 들여 복구할 수 있고 또 예방대책을 세우겠지만, ‘보존’은 무너져도 자연현상이기 때문에 그대로 둬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필자가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땅밀림지의 원인을 말해보려고 한다. 필자가 발견한 국립공원 내 땅밀림지는 주로 국립공원 탐방로 주변이었다. 아무도 진입하지 않는 탐방로가 없는 곳에서 발생한 땅밀림지는 복구가 불필요할 수 있다. 복구를 위한 장비 등 진입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탐방로 인근은 수시로 국립공원을 탐방하는 사람들의 인명 손실 피해를 유발할 수 있기에 국립공원이라도 복구나 예방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당장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진행되는 땅밀림지라면 더욱더 그런 대책이 필요하다.

과거뿐만 아니라 지금도 국립공원에는 산사태가 발생한다. 과거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엄청난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기억을 할 것이다. 그러나 땅밀림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필자가 올해 초까지 전국의 땅밀림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은 수백 곳에 이른다. 이중 국립공원 내의 탐방로 주변에서 발생한 곳이나, 발생이 진행되는 곳도 여럿이다. 특히 국립공원 지역에서는 조사가 쉽지 않다 보니 더 많은 개소가 발견되지 않은 곳도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립공원 전체를 대상으로 일제 조사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땅밀림은 규모가 크고 또 피해가 산사태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올해는 유독 봄에 강우가 많다. 이런 강우는 여름으로 갈수록 돌발성 강우가 늘어나고 편중될 수 있어 산사태를 비롯한 땅밀림이 더 자주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 산림 당국이 관리하는 일반 산지는 산사태취약지역 등의 대책을 통해 어느 정도 산사태나 땅밀림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필자가 알고 있는 바로, 국립공원에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으로 안다. 물론, 과거 산사태 조사 등이 일부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특히 경주 토함산 일대 국립공원은 완경사지역이 많고 지진에 취약한 지역에 속하며, 지질적으로도 땅밀림에 취약한 지역이다. 그렇기에 과거 발생한 경주 장항교차로의 대규모 땅밀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산지 재해는 인위적인 요인이 가미되고 거기에 자연적인 강우와 지진 등의 요인이 겹쳤을 때 규모가 막대하게 커지고 그 피해도 늘어난다. 따라서 사전에 대책을 강구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국립공원 지역에는 산림 당국의 손이 미치지 못한다. 관계 당국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산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더욱 우려되는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녹색연합 사무총장의 전화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국민이 경각심을 가지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산지에는 재해사각지대가 있다. 그것이 국립공원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는 국립공원에서의 산지재해는 그래서 더 중요하다. 그 아름다운 경관이 크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국민이 이용하는 곳에서 이런 재해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렇기에 국립공원 내 땅밀림지나 산사태 위험지역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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