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24]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24]
  • 경남일보
  • 승인 2024.05.08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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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바라기, 이내
지난 글에서 요즘 비가 잦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적지 않은 비가 내려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목숨을 잃은 분도 계시다는 기별을 듣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앞으로도 비가 많이 올 때가 더러 있을 텐데 다들 아무 일 없이 잘 지내시기를 비손합니다. 오늘은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맞은바라기’입니다. ‘맞은바라기’라는 말을 보고 바로 그 뜻을 어림하실 분들이 많지 싶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의 맞은바라기에 누가 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마다 다 다른 사람, 다른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맞은바라기’ 뜻이 ‘앞으로 마주 바라보이는 곳’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앞에 계신 사람이나 몬(물건)을 이야기해 주시면 될 것입니다. ‘맞은바라기’를 줄여서 ‘맞바라기’라고도 한답니다. 제 맞바라기에는 보임틀(모니터)이 있습니다. 사람은 아무도 없지요. 둘레 계신 분께 기별을 해서 맞은바라기, 맞바라기에는 무엇이 또는 누가 있는지 물어 봐 주시고 낱말 뜻도 알려 줘 보시는 것을 어떨까요?

제 둘레 사람에게 이 말을 알려주었더니 저희 모임 이름인 ‘토박이말바라기’와 ‘맞은바라기’의 ‘바라기’가 같은 뜻인지 물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을 이야기하면서 모임 이름을 알려드릴 때 ‘토박이말바라기’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고 말씀을 드립니다. ‘토박이말’이 잘 되길 ‘바란다’는 뜻과 ‘토박이말’을 ‘바라본다’는 뜻이 있다고 했는데 뒤의 뜻인 ‘바라보다’와 뜻이 같은 것으로 보면 될 것입니다.

이렇게 ‘토박이말 나들이’ 꼭지에서 토박이말을 배우면서 말뜻에 더 마음을 쓰게 되고, 낱말과 낱말 사이의 관계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여러 가지 토박이말을 배우고 그 말밑인 어원을 살펴서 알게 되니까 저절로 다른 말과 어떤 사이인지 궁금해지고 그것을 알게 되면 머릿속 낱말밭이 더욱 넓어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말에 더욱 재빨라지는 민감성이 느는 것이랍니다. 저는 그런 것이 배운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알려드릴 말은 ‘이내’입니다. 여러분은 ‘이내’라는 말을 보셨을까요? 여러분이 알고 계신 ‘이내’는 ‘곧 바로’, ‘즉시’라는 뜻도 있고 ‘써 이(以)’‘안 내(內)’를 써서 ‘일정한 범위나 한도의 안’의 뜻으로 ‘안’이라는 말과 비슷한 뜻으로 두루 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내’가 ‘해 질 무렵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이라는 뜻도 있답니다. 제가 알려드리고 싶은 뜻은 바로 이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보고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아는 만큼 보이고 느낀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이내’라는 말은 처음 듣거나 그 뜻을 모르는 분이 읽으면 이런 말이 있었어?라고 놀라거나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그런 말을 쓰는 사람이 둘레에 있어 알고 있는데 다른 누군가가 또 그 말을 쓰는 것을 봤을 때는 참으로 반갑게 느껴질 것입니다.

제가 ‘토박이말 나들이’ 꼭지에서 알려드리는 토박이말도 언젠가 누군가가 쓰는 것을 보게 될 때 여러분도 똑같이 반가움을 느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부디 눈여겨 봐 주시고 또 오래오래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늘맑은빛(상임이사)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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