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 ‘우순경 총기사건’ 희생자 넋 42년 만에 달랬다
의령 ‘우순경 총기사건’ 희생자 넋 42년 만에 달랬다
  • 박수상
  • 승인 2024.04.2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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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 궁류면 추모공원서 ‘4·26위령제·추모식’
주민 90여명 사상 ‘잊혀진 사건’ 한 맺힌 첫 헌화
막내 여동생 잃은 80대 유가족 “이제라도…다행”
오태완 군수 “아픔 떨치고 새 세상 나아갈 것”
지난 1982년 4월 의령군 궁류면에서 발생한 ‘우순경 총기 사건’ 피해자와 유족을 위로하는 추모행사가 사건 발생 42년 만에 의령군 주최로 처음으로 엄수됐다.

지난 26일 사건이 발생한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 의령4·26추모공원에서 의령4·26위령제와 추모식을 개최해 유족들의 한을 달랬다.

이날 추모식에는 오태완 군수와 유족, 군민, 출향인 등 1500여명이 참석해 위령제 제례, 국민의례, 경과보고, 주제영상 상영, 헌화, 추모사, 추모 공연 순으로 거행됐다.

특히 이날 위령제에는 서울, 부산, 창원 등 전국 각지에서 유족의 친지 출향인사, 향우 등이 대거 참여해 긴 줄을 서 헌화하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일명 ‘우순경 총기 난사 사건’으로 불리는 우순경 사건은 지난 1982년 4월 26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의령경찰서 궁류지서 소속 우범곤 순경이 총기와 실탄, 수류탄 등을 탈취해 궁류면 운계리, 평촌리. 압곡리 일대 주민 56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30여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사건이다. 때문에 이들 마을에서는 지금까지 이웃집마다 제사 올리는 날이 같은 집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주민 90여명이 희생됐지만, 당시 정권이 보도를 통제하면서 이 사건을 덮었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은 40여 년간 ‘잊혀진 사건’이 돼 지금까지 추모행사조차 열지 못했다.

추모공원 조성 및 위령제와 추모행사가 거행된 ‘의령4·26추모공원’ 조성은 오태완 군수가 지난 2021년 12월 당시 김부겸 국무총리와 면담에서 “경찰은 공권력의 상징인데 그런 경찰이 벌인 만행인 만큼 국가가 책임이 있다. 그래서 국비로 이들의 넋을 위로해야 한다”고 한 건의가 받아들여지면서 추모공원 건립이 확정됐다.

이에 의령군은 곧바로 유족을 포함한 추모공원 건립추진위원회 구성을 통해 이날 유족들의 한을 달래는 위령제를 거행하게 됐다. 추모공원의 주차장, 휴게실, 조경 등 부대시설은 오는 12월까지 완공계획이다.

이날 희생자 위령제와 추모식이 엄수되는 도중 ‘마을 주민 다수가 같은 날 제사를 지낸다’는 주제영상 속 소개 멘트와 희생자 명단이 현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나올 때는 유족과 많은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오늘은 실컷 엄마 생각하고 울어 보고 싶어요. 42년 동안 벚꽃 피는 4월은 저에게 슬픈 봄이었는데 이제는 4월이 기다려질 것 같아요. 여기 따뜻한 곳에서 엄마 좋아하시는 꽃 보며 편히 쉬고 계세요. 내년 4월에도 엄마 보러올게요.”

‘우순경 총기 난사 사건’ 때 어머니(당시 42세)를 잃었던 전도연(62) 씨가 ‘보고 싶은 우리 엄마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를 눈물로 낭독하자 행사장의 많은 참석자들도 함께 눈물을 훔쳤다.

헌화에 참여한 유가족들 역시 42년 만에 처음으로 위령비 앞에서 헌화하는 순간 대다수가 눈물을 훔치거나 고개를 숙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추모식이 끝난 뒤 추모비문에 새겨진 사망자 명단에서 가족을 발견한 일부 유족들은 손바닥으로 비문을 어루만지며 오열하며 눈물을 쏟았다.

사건 당시 막내 여동생을 잃은 80대 유가족은 “이제라도 가족의 넋을 달랠 수 있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유족 대표 류영환(추모공원 건립추진위원회 부위원장)씨는 “이제 부모님, 형제들을 볼 면목이 생긴다. 42년 만에 오늘 한이 풀리는 날이다. 오태완 군수를 비롯해 애써주신 군 관계자 모두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의령 4·26 추모공원’은 궁류공설운동장 인근 8891㎡ 규모로 조성됐다. 군은 지난 2022년 행정안전부로부터 7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도비 2억과 군비 21억 원 등 총 30억 원을 들여 조성된다. 조기 위령제 개최를 소망하는 유족들의 뜻에 따라 우선 완공된 위령탑 앞에서 첫 번째 추모행사가 거행됐다.

위령탑은 희생자 넋을 ‘추모’, 생존자인 유가족을 ‘위로’, 다시는 비극적인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세 가지 뜻을 품은 디자인이 담겼다. 위령탑 비문에는 희생자 이름과 사건의 경위, 건립취지문을 새겨 기록했다.

오태완 군수는 “억장 무너지는 긴 세월을 참아온 유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어서 다행이다”며 “전 군민이 함께 역사적 사명감으로 이 사업을 완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의령은 ‘우순경 시대’의 아픔을 떨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수상기자



 
지난 26일 궁류면 ‘의령 4.26 추모공원’ 위령탑에 ‘우순경 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처음 헌화 묵념하고 있다.

 
지난 26일 궁류면 ‘의령 4.26 추모공원’ 위령탑에 ‘우순경 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처음 헌화 묵념하고 있다.

 
지난 26일 오태완 의령군수 등 참석 내빈들이 ‘의령 4.26 추모공원’ 위령탑 제막식을 갖고 있다.

 
의령 4.26 추모공원 추모식 및 위령제가 지난 26일 열린 가운데 희생자 유가족, 친지, 출향인사, 군민 등 1500여 명이 참여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의령 4.26 추모공원’ 의 비문에 새겨진 사망자 명단에서 가족을 발견한 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오태완 군수(왼쪽 두 번째)와 유족 등 참석자들이 희생자 위령제 진행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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